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주워들은 건 많았다. 원자재 ETF에 일부 자산을 갖고 있어야, 금융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말을 보게 된다. 틀린 말은 아닌데 코로나 때문에 금값이 한창 올랐을 때 사란 말은 아니었겠지. 과거의 나야, 내 말이 들리면 매수를 멈춰.
살 때만 해도 꾸준히 적립식 매수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방치해서 물려버린 KODEX 골드 선물 (H) ETF에 대해 살펴보고 계속해서 보유해 갈지 결정하려고 한다.
KODEX 골드선물(H) ETF 기본 정보
금에 투자하는 방법에는 KRX 금거래소, 현물 구매, 금 통장, 펀드/ETF 투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KODEX 골드선물(H)은 금에 투자하는 ETF로 금 선물에 투자하는 ETF다. '선물'의 개념은 뒤에서 더 다루겠으며 아래의 ETF 기본 정보는 2024년 2월 19일(월) 증권 시장 마감 후 조회했다.
벤치마크 지수: S&P GSCI Gold Index (Total Return)
S&P GSCI Gold Total Return 지수는 스탠더드 앤 푸어스에서 발표하는 S&P GSCI Total Return 지수의 귀금속 섹터의 하위 지수 중 하나다. COMEX(미국 상품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된 지수로 구성 종목은 최근 월물로 이뤄진다. 월물 교체는 연 5회(1, 3, 5, 7, 11월)에 실시하며 만기 도래 시 5 영업일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최근월 선물에서 차근월 선물로 교체한다.
기타 기본 정보
상장일 | 시가 총액 | 총보수 (TER+매매중개수수료) |
분배금 | 환헷지/환노출 |
2010년 10월 1일 | 1,624억 원 | 연 0.68% (연 0.8047%) |
없음(재투자) | 환헷지 |
즉, 이 ETF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금 '선물' ETF다. 코멕스에 상장된 골드 선물의 최근 월물이 주요 구성 종목이며, 환헷지를 하여 달러 가치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 금 자체의 가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금값 오르면서 강달러인 지금, 이 상품이 환노출 상품이었다면 내가 이 글을 '물렸어요'로 쓸 일이 없지 않았을까. 사실 모르겠다. 그러나 TIGER에서 나온 골드 선물 ETF도 환헷지형인 것을 보면 주린이는 모르는,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ETF는 환헷지를 하는 이유가 있겠거니 싶다. 하긴 원유 선물 ETF도 환헷지형이었다. 이 글에서는 더 안 다루겠지만, 왜 그런지 궁금하니까 그 이유는 따로 공부하겠다.
선물 투자에서 알아야 할 개념 간단 정리
KODEX 골드선물(H)에 대해 더 알아보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있다. 바로 선물과 현물의 차이 및 롤 오버다. 선물과 현물에 대한 개념 설명은 KODEX 홈페이지 및 네이버 시사상식 사전을 참고했다. 선물 투자에 대한 개념이 익숙지 않은 주린이라, 간단하게 정리했다.
선물과 현물의 차이
- 선물: 미래의 특정 시점에 특정 물품이나 금융 상품을 특정한 가격에 사거나 팔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금 선물은 금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특정한 가격으로 금을 매수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계약(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 현물: 일반적인 거래를 말한다. 매매의 대상물이 실존하고 거래 대금과 대상물이 동시에 교환된다.
선물의 롤 오버
선물은 '계약(상품)'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때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 연장하지 않으면 만기가 되는 순간 거래되기 때문에 물건을 전달받아야 한다.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만기가 다가오는 선물을 남은 선물로 교체하는 것을 롤오버 혹은 월물 교체라고 한다. 롤오버를 할 때 시장 상황에 따라 비용이 들 수도 있고, 수익이 날 수 있다.
선물 시장에서 현물 가격보다 선물가격이 높은 현상을 콘탱고(Contango)라고 하고, 현물가격보다 선물 가격이 낮은 현상을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라고 한다.
KODEX 골드선물(H) ETF의 구성 종목
구성 종목 대부분의 비중은 Gold 2024 04를 담고 있다. 2024년 4월 말이 만기(settlement date)인 금 선물이다. 이외에도 비중은 적지만 SPDR GOLD Shares와, 달러 선물, 원화 및 달러 현금을 담고 있다.
KODEX 골드선물(H) ETF의 과거 수익률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투자를 복기해야 앞으로의 투자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위의 차트는 KODEX 골드 선물(H)의 10년 동안의 가격 변화(좌)와 ACE KRX 금현물 ETF와의 비교(우)다.
왼쪽의 10년간 가격 변화에서 금 선물 ETF는 2019년 이후로 급상승해 코로나 때 정점을 찍었다가 지금은 어느 정도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나는 코로나 이후에 최고 가격은 아니지만 비교적 박스권 높은 구간대에 샀고, 지금까지 쭉 마이너스 4%에서 마이너스 6% 정도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금값은 계속 오르는데 왜 내 ETF는 안 올랐냐, 그것은 바로 내가 선물에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금값이 오르고 있으니 미래의 선물 가격도 이전달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지수에 직접 노출(현물)되는 것에 비해 변동성이 크지 않다.
선물 ETF는 현물과의 가격 차이, 선물의 롤오버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금 선물 ETF의 경우 금 현물에 투자하는 것과 수익률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금값이 오르는데 그걸 지금에서야 알았다니, 무지한 투자의 대가로 지루한 존버를 하고 있다.
결론
KODEX 골드 선물(H)을 매수했던 이유는 주식을 막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어디서 들은 대로 안전 자산 한 종목쯤은 갖고 있으라는 말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안전 자산은 곧 금이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인 위기가 오면서 금값이 한창 올랐을 때 사게 됐다. 그때는 경제 위기는 몇 년에 한 번씩 어떤 형태로든 오니까 가격이 내리더라도 꾸준히 적립식 매수하다 보면 언젠가는 오르는 날이 있겠지 싶어, 그때를 위한 안전 자산으로 소액을 투자했다. (유의: 금은 안전 자산이지만 이 ETF는 퇴직 연금에는 담을 수 없다.)
경제 위기가 오라는 건 아닌데 당분간 내 골드선물 ETF는 저 가격 구간에서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며, 팔고 싶은 내 마음을 너울 치게 할 것 같다. 자꾸 팔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소액이라 -6%의 손실 금액이 적고 ETF 치고는 총부담수수료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꾸려가는데 완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
이 글을 적으면서 마음이 정리가 됐다. 나한테 물어봐야 할 질문은 심플했다. 대안이 있나. 결론은 적은 돈을 투자했고, 변동성도 낮으니 포트 폴리오에 담을 더 나은 안전자산 종목을 찾을 때까지는 투자 비중을 유지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더 공부가 된 뒤에는 갈아탈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특정 ETF 상품에 대한 투자를 추천 혹은 비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공부를 목적으로 개인적인 투자 복기 및 투자 방향을 정리한 글입니다. 투자는 투자자 본인의 재정적 목표에 맞게 공부하고 의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