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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다. 입사 10년 째 되는 날.”

by 돈잣말 2023. 11. 18.

30대 직장인의 돈에 대한 혼잣말

입사하고 10년 뒤에 은퇴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10년이 되어버렸다. 

 

 

 

썸네일

 

 

 

 


토요일 아침에 느지막이 잠에서 깨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알림 센터를 훑었다. HR로부터 “입사 10주년을 축하한다”는 메일이 와 있었다.

 


“제길. 오늘이라니. “

 


나는 늘 직장 생활 10년째면 은퇴를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 주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 없고,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회사원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쓴 말이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그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회사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채우고 말았다.

 


새로운 은퇴 목표: 2028년에 그 해의 월급에 해당하는 수준의 현금 흐름을 만들고 퇴사한다.

 


지난달 이후로 처음 들어온 블로그라 이전에 내가 어떤 내용을 썼는지 이전 글을 다시 읽어봤다. 그때 내가 이렇게 무서운 목표를 썼다. 방향이 틀린 건 아니니 구체적으로 목표를 잡고 앞으로 5년 동안 노력을 해보자. 적어도 2028년에는 오늘처럼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상태에서 입만 떠든 상태는 아니겠지.

 


다행히 올해부터 주식 투자 관련된 책을 읽고 조금씩 계좌 상태를 신경 써서 보니 흐릿하게나마 내게 맡는 투자 방향과 방법이 잡혀가고 있다고 느낀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 모든 조건이 다 맞지 않으면 시작을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계좌의 수익률을 보며 조금씩 ‘안전한 것부터 하면서 수정하자’ 쪽으로 태도도 바뀌고 있다. 현금을 현금으로 놔두더라도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현금으로 놔두는 건 괜찮으니 방치만 하지 말자는 마음이다. 마이너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무지성으로 개별 주식 투자했던 과거와는 달리, 주린이인 내 아이덴티티를 인정하고 장중에 주식을 보고 있기 어려운 내 상황에 맞게 순한 맛부터 차근차근하려고 한다.

 


알맹이 없는 말 뿐이었던 이전의 ‘은퇴 계획’과는 달리, 지금은 그래도 투자를 통해 소득 대체를 이루고 은퇴하겠다는 목표와 어떻게 해보겠다는 게 생겼으니 좀 낫지 않을까. 이미 지나가버린 10년은 어쩔 수 없고 앞으로라도 정신 차리고 잘해보렴, 나야.

 


그래서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가 미국 배당주식 투자와 ETF 투자다. 2020년에 소득 대체를 목적으로 하는 배당주 투자에 대해 듣고 관심이 생겨 AT&T 주식을 조금 모았다. 몇 달 후 나한테는 맞지 않는 투자라고 생각해서 팔았다. 그 이유는 소득 대체를 할 만큼 배당을 받으려면 그만큼 큰돈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당장 그 돈이 없으니 그럴만한 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장투를 하면서 조금씩 모아나 가는 것보다 지금 당장의 소득을 대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고, 테슬라는 나만 없었다.

 


회사를 다닌 지 진짜 10년이 됐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뭘 했나 싶은 시간이다.  이직이 잦은 시대에 나는 첫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직을 많이 권유하고 제안도 많이 받지만 이직은 별로 관심이 없다.

 

 

입사 10년을 채운 오늘, 내 꿈은 여전히 은퇴다.